아픈 글쓰기



왜 아픈지 여태 모르고 살았다. 아픈 까닭은 참 쉽더라. 몸이 낡았기 때문이네. 몸이 낡았기에 낡은 몸을 내려놓고서 새몸이 되어야 하기에 아프네. 아플 적에는 아픔이 사라지기를 바랄 노릇이 아니고, 새롭게 깨어날 몸이 어떤 모습이 되기를 바라면서 그릴 노릇이네. 아픔이 찾아와 주기 때문에 낡은 몸을 기쁘게 내려놓을 수 있고, 낡은 옷을 한 꺼풀 벗으니, 속에서 새로운 몸이 일어나서 바야흐로 튼튼하고 싱그럽게 노래할 수 있네. 글이 잘 안 된다면, 글이 좀처럼 안 나온다면, 한참 아파야 한다는 뜻이니 신나게 막히고 신나게 가라앉아 보면 되지 싶다. 다 아프고 나서 새몸 새마음이 되고 나면 저절로 글이 뚫리고 열린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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