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수련하러 갑니다
김재덕 지음, 김태훈 그림 / 스토리닷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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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38


《나는 오늘도 수련하러 갑니다》

 김재덕 글

 김태훈 그림

 스토리닷

 2018.9.9.



매서운 골바람이 불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골굴사는 골짜기가 깊어서 추운 겨울 방 안에 있다 보면 바람이 내 방의 창문에 닫기 전에 저 멀리서 파도가 밀려오듯 바람이 불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14쪽)


수련할 때 품새를 연무하면서 완급, 호흡, 동작, 힘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지금 깨어 있는 연습을 하는 것과 같다. 지금 내 모습에 깨어 있지 못하고 주변 환경, 보고 있는 사람이나 지나간 동작들에 마음이 떠 있으면 내 흐름을 잃게 된다. (24쪽)


이때는 내 안에서 당혹감과 여러 가지 생각으로 복잡해지는데 그때 느낀 것은 내가 실천하지 않은 것들은 힘이 실리지 않아 나에게는 물론 상대에게도 공감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112쪽)


언젠가 아버지께서 겉멋 들지 말고 내면을 다지는 수련, 수련자가 되라는 말씀이 떠올랐다. (178쪽)



  날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자리에 듭니다. 가만히 보면 아침저녁 흐름은 늘 똑같이 흐른다 할 만할 테지만 우리 삶에서 똑같은 날이란 하루도 없습니다. 달력에 적힌 글씨는 1월 1일이나 12월 31일이 똑같을 테지만 늘 해가 다르지요. 같은 봄이라 해도 해마다 다른 봄이에요. 같은 낮이어도 날마다 다른 낮이지요.


  그러니 우리는 날마다 새롭게 깨어날 수 있는 몸이며 마음을 다스리는 길을 간다고 할 만합니다. 하루하루 아침저녁 밤낮으로 차분한 몸이며 마음이 되도록, 즐거운 마음이며 몸이 되도록, 꿈꾸는 몸이며 마음이 되도록, 노래하는 마음이며 몸이 되도록 다스리고 갈고닦고 추스릅니다.


  《나는 오늘도 수련하러 갑니다》(김재덕, 스토리닷, 2018)를 읽으면, 글쓴이가 걸어오는 배움길 이야기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글쓴이가 어떤 무술이나 수련길을 닦는 일기로 여길 수도 있고, 날마다 똑같아 보이는 몸가꾸기를 하지만 막상 날마다 똑같지 않은 몸가꾸기를 하는 줄 차츰 알아차리는 이야기로 읽을 수 있습니다.


  숨을 쉬어도 똑같은 숨이 없습니다. 물을 마셔도 똑같은 물이 없습니다. 같은 지붕을 바라보며 사는 사이어도 날마다 다른 숨결입니다. 같은 마루를 걷고 같은 마당을 디뎌도 어제하고 오늘이, 아침하고 낮이, 아까하고 이제가 늘 다릅니다.


  늘 다르기에 늘 새로울 수 있고, 늘 다르기에 늘 거듭날 수 있어요. 늘 다른 줄 안다면, 조금 앞서 어긋나거나 어설펐거나 엉성하거나 바보스러웠어도 이를 말끔히 털고서 신나게 다시 할 만합니다.


  배우는 길이란 언제나 고이 흐르도록 살펴서 다스리는 삶길이지 싶습니다. 더 빈틈없는 몸짓을 선보이려는 뜻이 아닌, 몸짓 하나하나에 어떤 마음이 깃들어서 삶을 짓는지 돌아보려는 뜻이지 싶습니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온삶을 이루는 걸음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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