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무엇보다 글로 말해야 한다. 흙을 짓는 사람은 무엇보다 흙으로 말하고, 아이를 돌보는 어버이는 언제나 아이로 말한다. 밥을 짓는 사람이라면 밥으로 말할 테지. 그래, 누구나 스스로 걸어가는 길이나 몸짓으로 말한다. 그런데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글짓이나 글길이나 글넋이나 글결이 아니라, 딴짓으로 말하기도 한다. 아프거나 힘든 이웃하고 어깨동무를 하려고 때때로 글을 내려놓을 수 있다. 살림을 짓거나 흙을 지으려고 붓을 쉬면서 살림을 돌보거나 아이를 사랑으로 가르칠 수 있겠지. 다만 우리가 언제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든, 또 글을 쓰거나 말을 하든, 한 가지는 가슴에 새길 노릇이지 싶다. 참다운 빛을 터뜨려야지 싶다. 흙짓기에서도 살림짓기에서도 아이하고 누리는 배움살림에서도 밥짓기에서도, ‘이 삶길대로 고스란히 보여주기’로 고칠 수 없다. 흙은 짓되 농약하고 비닐을 잔뜩 친다면? 아이를 돌보되 거친 말이나 몸짓이라면? 참빛이 서리지 않고 쓰는 글이나 하는 말이라면 모두 거짓글이요 거짓말이 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