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는 피에로 난 책읽기가 좋아
발레리 제나티 지음, 심지원 옮김, 키미코 그림 / 비룡소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맑은책시렁 188


《우리 아빠는 피에로》

 발레리 제나티 글

 키미코 그림

 심지원 옮김

 비룡소

 2007.4.30.



솔직히 말해서 언니 노릇 하기가 이렇게 힘든 날이 많아요. 그러니 나한테 훈장이나 꽃다발을 줘야 마땅하다고요. 숙제도 없애 줘야 하고요. 하지만 그런 일은 아무도 생각조차 안 하는걸요. (15쪽)


엄마의 불안한 목소리가 나에게까지 들려왔어요. “어쨌든 세바스티앙, 피에로가 되는 건 점잖은 일이 아니야!” “바로 그거야. 나는 점잖게 사는 데 질렸다고. 이제 맘껏 웃고 싶고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어.” (23쪽)


나도 크면 내 마음에 드는 직업을 고르려고 할 거야. 지루한 일에 평생을 바치고 싶지 않으니까. 또 친구들이 축제에서 아빠나 나를 놀린다면, 그 애들에게 나는 놀림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해 주면 되지. 그리고 우리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아빠라고 말할 거야. 우리 아빠는 맞춤법도 아주 잘 알고, 언제나 우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 준다고! (58쪽)



  아이는 어버이를 보고 자랍니다. 어버이가 슬기롭게 하루를 짓는 살림길을 걸으면, 아이는 이러한 살림길을 고스란히 바라보고 느껴서 받아들입니다. 어버이가 바쁘게 몰아치는 하루에 헉헉거리는 쳇바퀴질을 하면, 아이는 이러한 쳇바퀴질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느껴서 받아들여요.


  아이를 낳은 어버이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즐거울까요? 아이를 낳아 돌보는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아이를 낳을 적에 이 아이가 앞으로 어떻게 자라기를 바란다는 꿈이 있었을까요? 어찌하다 보니 아이를 낳았는지, 어버이로서 새롭게 삶길을 가고 싶어서 아이를 바랐는지 곰곰이 돌아볼 노릇입니다.


  《우리 아빠는 피에로》(발레리 제나티·키미코/심지원 옮김, 비룡소, 2007)는 피에로라는 길을 가기로 다짐한 아버지가 나오는 어린이문학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아버지는 그동안 ‘남이 시키는 일’만 했다는데, 이제는 ‘스스로 바라는 일’을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이 책에 나오는 어머니는 곁님이 ‘돈이 다달이 넉넉히 들어오는 일’을 갑자기 그만두고 ‘돈을 벌는지 못 벌는지 알 수 없는 일’을 하겠다니 단단히 뿔이 납니다. 이 책에 나오는 큰아이는 아버지가 하고 싶다는 ‘피에로’라는 일이 동무 앞에서 창피하다고 여깁니다.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돈을 잘 벌 수 있는 일이라면 내키지 않거나 거북하거나 끔찍하거나 못마땅한 일이라 해도 그냥 하면 좋을까요? 돈을 잘 벌 수 있으니 죽는 날까지 꾹꾹 참으면서 돈만 잘 벌면 될까요?


  돈을 얼마쯤 벌는지 모르나 스스로 홀가분하면서 기쁜 일을 하는 삶이란 무엇일까요? 남 눈치를 봐야만 삶일는지, 남 눈치가 아닌 우리 마음을 바라볼 줄 아는 삶일는지 하나하나 헤아리면 좋겠어요.


  이 책에 나오는 큰아이는 처음에 아버지 삶길이 살짝 못마땅합니다만, 이는 사회나 학교에서 배우거나 길든 생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아버지를 늘 지켜볼 적에 아버지가 얼마나 상냥하고 훌륭한가를 잘 알거든요. 그래서 큰아이도 남 눈치가 아닌 제 마음을 바라보는 길을 어버이 곁에서 차근차근 배웁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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