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씁니다 ― 6. 뜰



  바깥마실을 하는데 곁님이 만날 이웃님이 있어, 그분이 계신 곳으로 찾아가려는 길입니다. 서울 한켠에서 스스로 새롭고 재미난 일을 하시는구나 하고 떠올리다가 문득 ‘뜰’이라는 낱말이 찾아옵니다. 요새는 뜰이라는 낱말이 사그라들지 싶지만, 이 뜰이라는 낱말을 가슴에 품고서 보금자리를 가꾸는 분도 제법 있습니다. 낱말 하나가 사라진다면 우리가 스스로 그 낱말에 깃든 삶을 등지기 때문입니다. 낱말 하나가 싱그러이 기운을 내며 우리한테 빛이 된다면 우리가 스스로 이 낱말에 서린 삶을 사랑하면서 가꾸기 때문입니다. 우리 스스로 숲을 사랑하고 아끼면서 돌볼 줄 아는 삶이라면 숲이라는 낱말은 뜻이나 결이나 쓰임새가 차츰 늘면서 더욱 새롭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사랑이라는 낱말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보살피는 손길이나 숨결이라면 사랑이라는 낱말은 뜻이나 결이나 쓰임새가 꾸준히 늘면서 한결 새로울 수 있어요. 뜰이란, 뜨락이란, 앞뜰 뒤뜰 옆뜰이란 어떤 곳일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내가 살아가고 아이들이 살아가며 이웃이 누릴 뜰은 어떤 터전일까 하고 어림합니다. 이 커다란 서울이란 고을에 찻길이나 겹겹이 높은 집보다는 나무가 우거진 숲이 깃들면 좋겠습니다. 사람들 가득한 이 서울이란 곳에 으리으리한 가게나 놀이시설보다는 풀밭에 풀벌레가 노래하며 아이랑 어른 모두 뒹굴거나 드러누워 해바라기를 할 수 있는 터전이 하나하나 늘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뜰을 누리고, 모두 뜰을 일구고, 어디에서나 뜰이 아름다우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우리 집 뜰에는

겨울 들머리까지도

작은 풀개구리가 같이 살고

억새도 씨앗 날려 함께 살아


이웃에 있는 옆뜰에는

가을마다 온갖 새가 찾는

우람한 감나무에

잘 익은 감알이 주렁주렁


할머니네 뒤뜰에는

닭우리에 호박밭에 꽃밭에

아기자기 가지런하면서

으름덩굴 울타리도 있어


너희 집 앞뜰에는

누가 같이 사니?

어떤 나무가 있니?

무슨 꽃이랑 풀이 흐드러지니?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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