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녀의 기분 문학동네 시인선 41
박상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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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42


《숙녀의 기분》

 박상수

 문학동네

 2013.5.17.



  요즈음 어린이나 푸름이나 젊은이가 영어를 바탕으로 말을 마구 흔든다는 얘기를 어른들이 합니다. 한글날 언저리에는 ‘청소년 언어파괴’ 같은 얘기가 심심찮게 불거집니다. 그런데 이런 얘기는 서른 해 앞서도 나돌았고 쉰 해 앞서마저도 떠돌았습니다. 해방 뒤에는 버젓이 일본말을 쓰는 사람들 얘기도 도마에 올랐고요. 왜 예전부터 어린이나 푸름이나 젊은이는 ‘말 흔들리기’를 했을까요? 어른들이 짜 놓은 삶터가 뒤죽박죽에 엉망이면서 쇠사슬 같기에, 이를 깨부수려는 뜻으로 말부터 깨부수고 싶지는 않을까요? 《숙녀의 기분》을 읽으면 한 줄이 멀다 하고 온갖 영어가 튀어나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시라서 매우 어지럽습니다. 시쓴이는 요즈음 젊은 가시내가 이런 말씨를 쓴다고 여겨서 시로 담아냈구나 싶지만, 얼마나 많은 ‘요즈음 젊은 가시내 말씨’일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아이는 이 비슷한 말씨를 쓸 테지만 어떤 아이는 이런 말씨를 하나도 안 쓸 테니까요. ‘삶결을 고스란히 담아낸다’는 말은 거짓이지 싶습니다. 시쓴이 스스로 그런 말씨랑 그런 삶결을 좋아하기에 이렇게 쓰며 “어른들 흉내를 내는 중”이겠지요. ㅅㄴㄹ



선배,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약속에 한 시간이나 늦었는데 너는 오늘 스타일이 좋구나 너와 그 토트백이 맘에 들어 머리 뒤에서 빛이 난다는 너희 교수님에게 물어보지 그러니 말해주고 싶지만 찻잔 받침대에 조금씩 밀크티를 따라 마시며, 어른들 흉내를 내는 중이니까 (좀 아는 사이/16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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