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생각합시다 63
바로잡지 않는다
말을 말답게 쓰는 길은 ‘바로잡기’가 아닙니다. ‘바로쓰기’가 아니지요. 그러나 한국은 사회나 문화나 정치나 교육 모두 제대로 선 적이 없어요. 옛날에는 봉건 신분 계급이 춤추었고, 일제강점기에 제국주의 군홧발에 짓눌렸는데, 해방 뒤에 오래도록 독재에 시달렸습니다. 이러다 보니 한국말은 한동안 바로쓰기라는 길을 가야 했어요. ‘바로배우기’라든지 ‘바로세우기’를 해야 했거든요. 역사도 정치도 경제나 문학도 사회도 바로세우면서 바로배우는 길을 가야 했으니 말도 마땅히 바로쓰기라는 길을 가야 했습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아직 바로서지 않았습니다. 다만 바로서려는 길로 가지요. 그래서 한국말을 익히는 길에서도 아직은 바로쓰기도 해야 하는데요, 앞으로는 바로쓰기를 넘어서 살려쓰기로 거듭나야지 싶습니다.
살려쓰기란 삶을 북돋우거나 살림을 짓는 길하고 맞물립니다. 남이 시키는 대로 곧이곧대로 따르는 삶이 아닌, 우리가 손수 짓는 삶이면서, 말도 우리 스스로 새롭게 배우면서 북돋울 줄 알아야지 싶어요. 밥살림, 옷살림, 집살림을 손수 짓는 길을 즐겁게 배우면서 말살림하고 글살림도 손수 짓는 기쁜 길을 함께 배울 일이에요.
아이는 어른 곁에서 말이며 삶이며 넋이며 가만히 지켜보면서 배웁니다. 아이는 흉내를 내지 않아요. 아이는 배우면서 자라요. 그렇다면 아이한테 몸이며 삶으로 배움거울이 되는 어른은 어떻게 삶을 지어야 좋을까요? 어른이어도, 이를테면 대학교까지 마친 어른이어도, 꾸준히 말을 새로 배우는 몸짓이어야 합니다. 생각을 살찌우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키우는 책을 읽으며, 보금자리를 가꾸는 손길을 나누어야겠지요.
말이 샘솟는 곳은 언제나 우리 삶자리입니다. 날마다 아침을 맞이하고 밤을 마무르는 보금자리에서 즐겁게 말이 오가면서 이야기가 피어납니다. 여느 삶자리를 돌보면서 가장 자주 쓰고 언제나 우리 생각을 펴는 실마리인 ‘쉽고 수수한 말’을 제대로 배우고 제대로 써야 즐겁고 아름다우며 상냥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