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깍지 사랑 - 추둘란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수필집
추둘란 지음 / 소나무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 책이름 : 콩깍지 사랑
- 글쓴이 : 추둘란
- 펴낸곳 : 소나무(2003.12.13.)
- 책값 : 8000원


 ‘신년하례회’가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시민사회단체 사람들이 모인 ‘신년하례회’ 자리에 온 국무총리와 총리 경호원들이 일으킨 자그마한(어찌 보면 큰) 잘잘못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활동가로 일하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올 한 해에도 힘내어 잘 일해 보자는 뜻으로 마련한 자리이니, 이 자리는 다름아닌 시민사회단체 사람들이, 또 시민사회단체에 도움을 주는 우리들 보통사람이 주인입니다. 그런데 이런 자리에 어쩌다가 ‘초대’가 되거나 ‘손님’으로 온 정치인과 행정관료가 주인처럼 굴곤 합니다. 더욱이 이들은 ‘한 말씀’ 하는 인사도 다른 사람보다 자기들이 먼저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왜냐. 자기들은 ‘일정이 바빠서’ 빨리 한 말씀한 다음 다른 자리에 가야 한다면서. 그리하여 이들 정치인과 행정관료는 남들 앞에서 자기 할 말만 실컷 한 다음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은 한 마디도 안 듣’습니다. 정치인과 행정관료가 보여주는 이런 모습들은, 그 사람들이 정치나 행정을 어떻게 하는가를 잘 알려주지 싶습니다. 사람들이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무엇이 문제라고 그렇게 힘주어 외쳐도 귀기울여 한 번이라도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잖아요. 문화정책이든 경제정책이든, 또는 자전거정책이든 교통정책이든, 보통으로 살아가는 우리들 목소리가 한 번이라도 정치와 행정에 제대로 담긴 적 있을까요. 허울뿐인 세미나를 사람들도 잘 알지 못하는 때에 후다닥 치르고 대충 밀어붙이고만 있지 않은가요.


.. 빨리, 또 크게 자라지 않는다 하더라도 민서는 민서의 속도대로 자라나, 이 사회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저는, 민서가 장애인이라고 해서 넘치는 보호에 익숙해지지 않기를, 그렇다고 터무니없는 차별에 주눅 들지 않고 살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선 민서 스스로 자신의 자리에서 중심을 잘 잡아야 할 것입니다 ..  〈52쪽〉


 사회가 사회다운 모습으로 굴러가지 않는 이 나라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일이란 참 팍팍하고 고단합니다. 그런데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일 못지않게 비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일도 팍팍하고 고단합니다. 여자로 살아가는 일도 고단하지만 남자로 살아가는 일도 고단하며, 대학교까지 마친 지식인으로 살아가는 일도 고단하지만 가방끈 짧은 무지렁이로 살아가는 일도 고단합니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에, 누구한테나 다 다르게 있는 재주와 솜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같은 일을 해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갈리기 때문에, 이제 좀 나은 자리에 올라서면 옛일은 까맣게 잊어버리는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르는’ 모습 때문에, …….

 자전거로 시내를 달리노라면, 곧잘 뒤에서 빵빵거리는 자동차를 만납니다. 이때는 으레 깜짝 놀랍니다. 자동차 경적이 얼마나 큰가요. 차에 탄 사람은 아무 생각 없이 누르는 경적이지만, 앞뒤 왼쪽 오른쪽 차근차근 마음쓰며 달리던 자전거꾼은 난데없는 큰소리에 심장이 벌렁벌렁합니다. 자동차가 빵빵거리는 까닭은 자전거가 길에서 거치적거리기 때문, 그러니까 ‘자동차님이 나아가는 앞길을 막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는 자동차끼리도 빵빵거립니다. 건널목 신호가 바뀌자마자 바로 부웅 하고 지나가지 않으면, 뒷차는 1초도 안 기다리고 바로 ‘빠아아∼ㅇ’ 하고 몇 초 동안이나 경적을 울립니다. 좁은 골목길을 천천히 빠져나가는 앞차한테도 빵빵거리는 자동차요, 씽씽 달리는 고속도로에서도 자기보다 느리게 가는 앞차한테도 빵빵거리는 자동차입니다. 이들 자동차꾼은 차에서 내려 길을 걸을 때, 자기 앞에 아장아장 걷는 아기가 있어도 ‘뷁!’, ‘꽥!’, ‘야!’ 하고 소리지르며 비키라고 할는지.


.. 오히려 누군가 틀린 답을 칠판에 쓸라치면, 마치 자신이 틀리기라도 한듯 위로해 줍니다. “알믄 여기 왔것슈? 모르니 배우러 왔쥬.” 겨울이라고 해서 할머니들이 마음 편히 쉬는 것은 아닙니다. 농사철엔 농사철대로 뼈빠지게 일하고, 겨울엔 도라지를 까거나 냉이를 캐 돈 사는 것이 할머니들의 일입니다. 그렇게 오십 년, 육십 년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올겨울엔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그 아까운 시간을 쪼개 한 자 한 자 글자를 읽고 쓰고 있습니다 ..  〈40쪽〉


 우리 세상이 다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돈있는 사람은 있는 대로 남 앞에서 우쭐거리거나 마구 날뛰지 않으면서, 돈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쪼들리거나 고달프지 않으면서 함께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글을 아는 사람은 아는 대로 좋은 이야기를 한가득 들려주려고 애쓰고, 글을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해도 넉넉하고 즐거이 함께 어울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1등만, 첫째만 잘사는 세상이 아니라 2등이나 10등이나 꼴등도, 둘째나 넷째나 막내도 잘사는 세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콩깍지 사랑》은 천천히 걷는 걸음을, 나즈막하게 읊는 이야기를, 한 손을 슬쩍 옆사람 한쪽 어깨에 얹고 어깨동무하며 함께 살자는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4340.1.10.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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