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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마법의 약을 만들다 ㅣ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14
로알드 달 지음, 김연수 옮김, 퀸틴 블레이크 그림 / 시공주니어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맑은책시렁 189
《조지, 마법의 약을 만들다》
로알드 달 글
퀸틴 블레이크 그림
김연수 옮김
시공주니어
2000.8.14.
“조지야, 이리 와 봐. 이리 가까이 오면 네게 깜짝 놀랄 만한 일을 가르쳐 주지.” 조지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할머니 역시 움직이지 않았다. 할머니는 갑자기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꼭 뱀이 사람을 물기 전에 웃는 것처럼 차갑기 그지없는 웃음이었다. (21쪽)
조지는 정말 겁이 났다. 그래서 꼭 할머니를 어디로 날려 버리고만 싶었다. 글쎄……. 아주 날려 버릴 수는 없겠지. 하지만 조지는 할머니를 한번 정신이 번쩍 들게 해 주고 싶었다. (26쪽)
조지는 마법의 약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이걸 좀더 넣고 저걸 좀더 뺄까 따위의 걱정으로 시간을 부질없이 보내기는 싫었던 것이다. 아주 간단하게,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넣기로 했다. (33쪽)
그때쯤 할머니의 몸은 성냥개비만큼 작아졌다. 그런데도 여전히 할머니는 계속 작아지고 있었다. 얼마 후, 할머니는 바늘만큼 작아졌다. 그러더니 호박씨만해졌고, 그리고는 …… 그리고는 ……. (152쪽)
사랑스럽거나 아름다운 할머니가 있다면, 안 사랑스럽거나 안 아름다운 할머니도 나란히 있을까요? 아이를 살뜰히 아끼는 할머니가 있다면, 아이를 매우 들볶거나 괴롭히는 할머니도 함께 있을까요?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 사랑으로 돌보는 어버이가 있습니다. 이와 달리 아이를 사랑 없이 낳고는, 다시 아무 사랑 없이 팽개치는 어버이가 있어요. 어쩌면 이 어버이는 어릴 적부터 참다이 사랑받은 일이 없는 바람에, 몸은 어른이 되었어도 마음은 못 자랐을는지 모릅니다.
《조지, 마법의 약을 만들다》(로알드 달/김연수 옮김, 시공주니어, 2000)에 나오는 할머니는 조지란 아이를 매우 들볶거나 괴롭힙니다. 아이를 놀리는 재미로 산다고까지 할 만합니다. 어쩜 이런 할머니가 다 있으랴 싶으나, 이 할머니도 어린 나날 사랑받지 못한 채 자라다가 고되게 일만 하고 늙은 바람에 그만 귀여운 아이 앞에서 모진 짓을 일삼을는지 모릅니다.
조지라는 아이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날마다 두려워 벌벌 떨면서 할머니가 벌이는 모진 짓을 다 받아들여야 할까요? 어찌저찌 이 끔찍한 나날에서 벗어날 길이 있을까요? 할머니가 날마다 먹는 약을 마법약으로 바꿔치기해서 할머니한테 크게 한 대를 먹이고는 눈이 번쩍 뜨이도록 하는 길이 있을까요?
누가 가르쳤을는지 모르지만, 아이는 ‘마법약’을 떠올립니다. 누가 알려준 적은 없으나 할머니가 눈이 번쩍 뜨일 만한 마법약을 빚습니다. 그야말로 온마음하고 온힘을 다해 빚은 마법약은 대단히 잘 듣습니다. 그런데 있지요, 곰곰이 생각할 노릇입니다. 할머니가 아이를 알뜰히 사랑하는 마음이었다면, 아이는 어떤 마법약을 빚을 수 있었을까요? 아이한테 사랑을 물려준다면 아이는 사랑을 담은 마법약을 빚을 만하겠지요. 아이한테 물려주는 그대로 돌려받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