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9.19.
《고사리 가방》
김성라 글·그림, 사계절, 2018.6.1.
바다로 마실을 가기로 한다. 해가 나지 않는 날씨이지만 며칠 뒤부터 한가위라며 시끌벅적이리라 느껴, 한갓진 바다를 누리려고 마실을 간다. 바람 한 조각 없는 바다는 매우 잔잔하다. 밀물이어도 밀물을 느끼기 어렵다. 이 바닷물에 안겨 힘을 모조리 빼고 물에 둥둥 떠 본다. 더없이 잔잔하다 보니 둥둥 뜬 몸이 이리로도 저리로도 가지 않는다. 샛밥을 챙겨 아이들을 먹인다.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을 차린다. 등허리를 펴면서 《고사리 가방》을 읽는다. 서울살이가 고되어 불쑥 제주집으로 날아가서 어머니하고 고사리를 꺾는 이야기가 잔잔하게 흐른다. 그린이는 어릴 적에 왜 진작 어머니하고 고사리 꺾으러 다닐 생각을 못했나 하고 돌아본다. 그렇지만 어릴 적에는 학교에 매여 입시를 바라보느라 고사리는커녕 바람도 햇빛도 바다도 돌아볼 틈이 없지 않았을까? 고흥에 살며 고흥 어린이나 푸름이를 돌아보면, 바다로 마실을 다니는 아이는 눈씻고 찾아보기도 어렵다. 바다로 오갈 시골버스가 거의 없기도 하지만, 다들 읍내나 순천·광주·서울로 가고 싶어할 뿐, 곁에 있는 바다로는 안 가더라. 책을 처음 펴고 덮기까지 ‘마스다 미리’스러운 느낌이 매우 짙다. 다음에는 오직 그린이다운 붓끝하고 이야기를 엮으면 좋겠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