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모단정’이란 무엇일까?

[오락가락 국어사전 20] ‘망각’ 아닌 ‘잊어버리’는 말



  스스로 찬찬히 쓰지 않으면 잊기 마련입니다. 살림이든 말이든 늘 즐겁게 쓰기에 알맞게 살려서 가꿉니다. 곁에 두고서 늘 새롭게 살피고 정갈히 가꾼다면 아름답게 피어나는 살림이고 말입니다. 얼굴은 얼굴대로 고이 가꿉니다. 보금자리는 보금자리대로 곱게 가꿉니다. 말은 말대로 사랑스러우면서 아름답게 가꿉니다.



주저하다(躊躇-) : 머뭇거리며 망설이다 ≒ 자저하다·지주하다

머뭇거리다 : 말이나 행동 따위를 선뜻 결단하여 행하지 못하고 자꾸 망설이다

망설이다 : 이리저리 생각만 하고 태도를 결정하지 못하다



  ‘주저하다’를 “머뭇거리며 망설이다”로 풀이하는데, ‘머뭇거리다’는 ‘망설이다’로 풀이합니다. 겹말·돌림풀이입니다. ‘주저하다’는 “→ 머뭇거리다. 망설이다”로 다룰 노릇이고, ‘자저하다·지주하다’는 사전에서 털어내야지 싶어요. ‘머뭇거리다’는 뜻풀이를 고쳐야겠습니다.



즉시(卽時) : 어떤 일이 행하여지는 바로 그때 ≒즉기시

즉기시(卽其時) : = 즉시

바로 : 5. 시간적인 간격을 두지 아니하고 곧

곧 : 1. 때를 넘기지 아니하고 지체 없이



  ‘즉시·즉기시’는 “→ 바로. 곧”으로 다루면 됩니다. 그런데 ‘바로’를 ‘곧’으로 풀이하니 얄궂습니다. 이처럼 돌림풀이가 되지 않도록 뜻풀이를 손질해야겠습니다.



용감무쌍(勇敢無雙) : 용기가 있으며 씩씩하고 기운차기 짝이 없음

용감하다(勇敢-) : 용기가 있으며 씩씩하고 기운차다

용기(勇氣) : 씩씩하고 굳센 기운. 또는 사물을 겁내지 아니하는 기개 ≒ 용(勇)

씩씩하다 : 굳세고 위엄스럽다

굳세다 : 1. 힘차고 튼튼하다 2. 뜻한 바를 굽히지 않고 밀고 나아가는 힘이 있다

기운차다 : 힘이 가득하고 넘치는 듯하다

힘차다 : 힘이 있고 씩씩하다



  ‘용감무쌍’은 ‘용기 + 씩씩하다 + 기운차다’요, ‘용가’는 ‘씩씩하다 + 굳세다’라 하니, 이 대목만으로도 겹겹말이요 돌림풀이입니다. 그런데 ‘씩씩하다’는 ‘굳세다’라 하고, ‘굳세다’는 ‘힘차다 + 튼튼하다’라는데, ‘힘차다’는 다시 ‘씩씩하다’로 갑니다. 더욱이 ‘기운차다 = 힘차다’인 얼거리이니, 온통 뒤죽박죽입니다. ‘용감무쌍·용감·용기’는 모두 “→ 씩씩하다. 힘차다. 기운차다. 굳세다”로 다루거나 사전에서 털어낼 노릇이고, ‘씩씩하다·힘차다·기운차다’는 뜻풀이를 옳게 손질해야겠습니다.



용모단정 : x

용모(容貌) : 사람의 얼굴 모양 ≒ 모용·형모(形貌)

단정하다(端正-) : 옷차림새나 몸가짐 따위가 얌전하고 바르다

얌전하다 : 1. 성품이나 태도가 침착하고 단정하다 2. 모양이 단정하고 점잖다 3. 일하는 모양이 꼼꼼하고 정성을 들인 데가 있다



  학교나 사회에서 ‘용모단정’을 흔히 말하는데, ‘얌전하다’나 ‘바르다’로 손질할 만합니다. ‘용모’는 “→ 얼굴. 생김새”로 다루고, ‘단정하다’는 “→ 얌전하다. 음전하다. 바르다”로 다루면 되어요. 그런데 ‘얌전하다’를 다시 ‘단정하다’로 풀이하는 사전입니다. 얄궂지요. 이런 돌림풀이를 바로잡아야겠습니다.



야박하다(野薄-) : 야멸치고 인정이 없다

야멸치다 : 1. 자기만 생각하고 남의 사정을 돌볼 마음이 없다 2. 태도가 차고 여무지다

야멸차다 : 1. 자기만 생각하고 남의 사정을 돌볼 마음이 거의 없다 2. 태도가 차고 야무지다



  ‘야박하다’는 말뜻에서 나오듯이 “→ 야멸치다”로 다루면 됩니다. 이러면서 ‘야멸치다·야멸차다’가 말끝이 살짝 다르면서 말결이 살짝 다른 대목을 알맞게 짚어서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저당(抵當) : 1. 맞서서 겨룸 ≒ 저적(抵敵) 2. 볼모로 삼음

볼모 : 1. 약속 이행의 담보로 상대편에 잡혀 두는 사람이나 물건 2. 예전에, 나라 사이에 조약 이행을 담보로 상대국에 억류하여 두던 왕자나 그 밖의 유력한 사람 ≒ 유질(留質)·인질·질자(質子)



  “저당을 잡는다”고 쓰기도 하는데, ‘볼모’라는 한국말을 쓰도록 하면 됩니다. “→ 볼모”로 다루면 되어요. ‘볼모’를 살피면 ‘유질·인질·질자’ 같은 한자말을 비슷한말이라면서 붙이지만, 이런 낱말은 털어내어도 됩니다.



인간(人間) : 1. = 사람 ① 2. 사람이 사는 세상 3. = 사람 ③ 4. 마음에 달갑지 않거나 마땅치 않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사람 : 1.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 ≒ 인간 2. 어떤 지역이나 시기에 태어나거나 살고 있거나 살았던 자 3. 일정한 자격이나 품격 등을 갖춘 이 4. 인격에서 드러나는 됨됨이나 성질 5. 상대편에게 자기 자신을 엄연한 인격체로서 가리키는 말



  한국말은 ‘사람’입니다. 한국말사전은 ‘인간’을 “→ 사람”으로 다루면 됩니다. 더 헤아린다면 ‘사람’ 풀이에서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는 “생각을 하고 말을 쓰며”로 손볼 만합니다.



현재(現在) : 1. 지금의 시간

지금(只今) : 말하는 바로 이때

이때 : 바로 지금의 때

오늘 : 1. 지금 지나가고 있는 이날 ≒ 금일(今日)·당일 2. = 오늘날



  ‘현재’는 ‘지금’을 가리킨다 하고, ‘지금’은 “바로 이때”를 가리킨다지요. 그런데 ‘이때’는 “지금의 때”를 가리킨다고 하니, 더욱이 ‘오늘’이 “지금 이날”을 가리킨다니 여러모로 맞물리며 얄궂습니다. ‘현재’는 “→ 바로 이때. 오늘. 오늘날”로 다룰 만합니다. ‘지금’은 “→ 이때. 이제. 바로 이때. 오늘”로 다룰 수 있습니다. 이러면서 ‘이때·오늘’ 말풀이를 손질하고, ‘금일·당일’ 같은 낱말은 사전에서 털어낼 노릇입니다.



웅장하다(雄壯-) : 규모 따위가 거대하고 성대하다 ≒ 웅굉하다·웅박하다·웅부하다

거대하다(巨大-) : 엄청나게 크다. ‘커다랗다’, ‘크다’로 순화

성대하다(盛大-) : 행사의 규모 따위가 풍성하고 크다

커다랗다 : 매우 크다. 또는 아주 큼직하다

큼직하다 : 꽤 크다

크다 : 1. 사람이나 사물의 외형적 길이, 넓이, 높이, 부피 따위가 보통 정도를 넘다

우람하다 : 1. 기골이 장대하다 2. 옹글고 우렁차거나 요란스럽다

장대하다(壯大-) : 1. 허우대가 크고 튼튼하다 2. 기상이 씩씩하고 크다

장대하다(長大-) : 길고 크다

장대하다(張大-) : 1. 규모가 넓고 크다 2. 일이 크게 벌어져 거창하다



  “거대하고 성대하다”를 뜻한다는 ‘웅장하다’라는데, ‘거대하다’는 ‘커다랗다·크다’로 고쳐쓸 낱말이요, ‘성대하다’는 ‘크다’를 가리켜요. 겹말풀이인 셈이지요. ‘웅장·거대·성대’모두 “→ 커다랗다. 크다. 우람하다. 큼직하다”로 다루거나 사전에서 털면 됩니다. ‘웅굉하다·웅박하다·웅부하다’ 같은 낱말은 모두 사전에서 털 만합니다. 그런데 ‘우람하다’를 ‘장대하다’로 풀이하는 사전인데 어느 한자말로 풀이했는지 아리송합니다. 더 헤아리면 세 가지 한자말 ‘장대’는 한국말사전에서 털 수 있습니다. 굳이 이런 한자말을 끌여들여야 하지 않습니다.



망각(忘却) : 어떤 사실을 잊어버림 ≒ 망실(忘失)·망치(忘置)

잊어버리다 : 1. 한번 알았던 것을 모두 기억하지 못하거나 전혀 기억하여 내지 못하다 2. 기억하여 두어야 할 것을 한순간 전혀 생각하여 내지 못하다 3. 일하거나 살아가는 데 장애가 되는 어려움이나 고통, 또는 좋지 아니한 지난 일을 전혀 마음속에 두거나 신경 쓰지 아니하다 4. 본분이나 은혜 따위를 마음에 새겨 두지 아니하고 아주 저버리다 5. 어떤 일에 열중한 나머지 잠이나 끼니 따위를 전혀 취하지 아니하다

기억하다(記憶-) :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내다



  ‘잊어버림’을 뜻하는 한자말 ‘망각’입니다. ‘망각’은 “→ 잊어버리다”로 다루면 되고, ‘망실(忘失)·망치(忘置)’ 같은 낱말은 사전에서 털어낼 만합니다. 그런데 ‘잊어버리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기억하지 못하다”나 “생각하여 내지 못하다”처럼 ‘기억(記憶)’하고 ‘생각’을 섞어 씁니다. 이는 겹말풀이인 셈입니다. ‘기억하다’는 “→ 생각해 내다. 떠올리다”로 다루고, 사전 뜻풀이를 찬찬히 가다듬어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