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9.16.


《상냥한 수업》

 하이타니 겐지로 글/햇살과나무꾼 옮김, 양철북, 2018.9.10.



전남 고흥에서 경기 용인까지 얼마나 걸렸나 헤아리니 일곱 시간이 넘는다. 참 멀구나. 지하철 성복역에서 내려 이웃님 집까지 걷는데, 거님길이 매우 나빴다. 어쩜 이렇게 길이 엉망일 수 있으랴 싶던데, 한국에서 거님길을 제대로 다진 고장이 있기는 있는지 아리송하다. 거님길 돌은 자주 갈아치우면서 돈을 헤프게 쓴다는 꾸지람은 으레 하는데, 어쩌면 한국은 거님길조차 반반하고 튼튼히 다지는 솜씨조차 없는, 작은 밑솜씨마저 없는 끔찍한 나라가 아니랴 싶다. 《상냥한 수업》을 읽는다. 하이타니 겐지로 님이 쓴 글은 좋은데, 이분 글을 옮긴 말씨는 매우 못마땅하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아름다운 글로 옮겨서 가다듬는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가만 보면 한국은 한국말을 제대로 가르치거나 배우는 길이 매우 얕다. 학교 교육이 있으나 입시에 얽매이느라 말을 말답게 가꾸거나 살찌우는 자리하고는 동떨어진다. 사회나 정치나 문화에서도 말을 너무 얕본다. 아니, 아예 생각조차 안 한달 수 있다. 다들 “말은 하지”만, “말을 말답게 하도록 생각하지는 않는”구나 싶다. “상냥한 배움길”이란 가장 작고 낮은 자리에서 가장 곱고 따스히 주고니받거니 노래하는 숨결로 배우는 기쁜 보금자리라고 느낀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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