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217. 처음부터



네 사람이 함께 마실길에 오른다. 아침 일찍 이리저리 짐을 챙겨서 나온다. 빠뜨린 것이 없는지 살피고 또 살피며 다시 살피고서야 집을 나선다. 끌짐을 둘 이끌고 나오는데, 마을 앞으로 시골버스가 지나간다. 오늘 따라 시골버스가 마을 앞을 일찍 지나가네. 코앞에서 버스를 놓쳤으니, 읍내에서 서울로 가는 고속버스를 타자면 택시를 불러야 한다. 택시를 부른다. 마을 어귀에 서서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처음부터 택시를 불렀으면 어떠했을까? 읍내에서 고속버스 탈 때를 맞추어 느긋하게 택시를 탄다면 어떠했을까? 네 사람이 움직이는 길이니, 집부터 읍내까지 이런저런 짐을 꾸려 택시로 움직여도 좋다. 큰짐을 끌고서 시골버스를 타면 버스 일꾼이 좀 거칠게 모느라 짐을 붙잡느라 바쁘기도 하겠지. 어떤 일을 하자면 처음부터 틀을 잘 짤 노릇이다. 코앞에서 한 가지 일이 어긋난 뜻이 있으리라. 이 뜻을 잘 새기자.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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