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시렁 12
《파우스트와 필로우》
까롤린느 그레고와르 글·그림
유혜자 옮김
중앙출판사
2000.10.3.
한집에 개랑 고양이를 함께 키우는 사람(어른)이 보기에 개하고 고양이가 늘 툭탁거리는 듯할 수 있습니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개가 하는 말이나 고양이가 하는 말을 몰라요. 아니, 개나 고양이가 말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아예 못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개나 고양이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여긴다든지, 둘 사이에 ‘따뜻한 마음이 흐르리’라고 여기기 어려울 수 있어요. 《파우스트와 필로우》는 처음에는 한동안 툭탁질을 일삼았지만, 어느새 이 툭탁질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도록 사이좋게 어울리며 즐기던 놀이인 줄 깨달은 개하고 고양이 이야기를 다룹니다. 다만 이를 사람(어른)이 알아채기가 만만하지 않아요. 사람이 보기에는 개하고 고양이를 따로 두어야 안 다투리라 여길 뿐, 둘이 가끔 툭탁거리기는 하더라도 서로 얼마나 아끼거나 돌보는가를 조금도 모를 수 있어요. 개하고 고양이를 놓고서만 이런 일이 있지는 않아요. 아이가 여럿 있는 집이라면, 이 여러 아이 사이에서도 툭탁질이 흔히 있을 테고, 툭탁질 못지않게 서로 돌보며 아끼는 숨결이 흐를 텐데, 우리 어른들은 이러한 살림을 얼마나 눈여겨보거나 알아볼 만할까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