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215. 모시지 마라



나는 스승을 모시지 않는다. 스승을 모셔야 할 까닭이 없다고 여긴다. 누가 나를 스승으로 삼아 모시고 싶다고 말하면 이때에 똑똑히 자른다. 나를 스승으로 모시고 싶다면, 이제부터 나를 보시지 말라고. 한 마디를 덧붙여, 나를 보시고 싶으면 모시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모시는 일이 나쁘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모시다 보면 놓치거나 잊는 대목이 많다. 우리 곁에 어른을 모시는 삶이 된다면 그만 배움길이 멈추기 일쑤이다. 모시기 때문이다. 우리가 모시지 않을 수 있다면 볼 수 있다. 좋은 모습도 궂은 대목도 모두 볼 수 있지. 볼 수 있을 적에는 잘잘못을 가리는 마음이 아닌, 온삶을 고스란히 배우는 숨결이 된다. 곁에 어른 한 분을 두고 가만히 지켜보고 바라보고 살펴보면서 우리 갈 길을 새로 배운다고 할 만하다. 보아야 한다. 모시지 말아야 한다. 사진기를 모시지 말고, 사진기를 마음껏 다루어야 한다. 돈을 집안이나 계좌에 모시지 말고, 이 돈으로 기쁘게 배움길을 나서고 나눔길에도 펴며 살림길을 널리 지을 노릇이라고 느낀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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