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214. 물맛



여러 달 동안 우리 집 아닌 다른 집에 머무는, 우리 고장 아닌 다른 고장을 다니는, 마실을 다녔다. 마실길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즈음 작은아이가 불쑥 묻는다. “아버지, 수돗물은 다 이렇게 안 차가워? 우리 골짜기 물이나 우리 집 물은 덜덜 얼 만큼 차갑잖아. 마을 빨래터 물도 그렇고.” 작은아이가 묻는 말을 가만히 머리에 띄운다. 물맛하고 물결하고 물내음을 헤아리는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물기운이 왜 그러한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 집이나 마을 빨래터나 뒷자락 골짜기에는 ‘흐르는 물’이야. 흐르는 물은 늘 차갑다 싶도록 시원해. 그러나 수돗물은 안 흐르는 물이야. 안 흐르는 물은 고인 물이지. 고인 물은 시원할 수 없어. 오랫동안 갇혔다가 흐르니 죽은 물이기도 해.” 내가 작은아이만큼 어릴 적에도 우리 어버이나 둘레 어른한테 물결이 궁금해서 여쭌 적이 있을 텐데, 그때 나한테 물맛이나 물기운이 왜 다른가를 제대로 밝혀서 알려준 분이 없었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도시라는 곳에서 꽤 오래 살며 스스로 물맛을 알아내야 했구나 싶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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