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 쓰는 글



아이는 손이 아닌 입으로 글을 쓴다. 아이는 노래종이 아닌 입으로 노래를 지어서 부른다. 아이는 책이 아닌 몸짓으로 삶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아이는 사전이나 누리집이나 손전화를 뒤지지 않고 머리에서 터져나오는 대로 말을 한다. 그리고 아이는 묻는다. 어버이는 아이가 묻는 말에 생각을 기울여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니 아이가 쓰는 글이란 입으로 쓰는 글뿐이니, 아이가 입으로 글쓰기를 하면, 어버이는 이 ‘입글’을, 입말을, 입으로 지은 삶이 흐르는 이야기를, 그때그때 종이에 옮겨적어 줄 수 있다. 아이는 연필이나 종이를 손에 쥐지 않아도 글님이며 노래님이다. 아이 눈빛에서 손끝에서 마음에서 흐르며 피어나는 글꽃을 하나하나 받아들이면서 어른은 비로소 어른이 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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