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8.24.
《선생님의 가방 2》
가와카미 히로미 글·다니구치 지로 그림/오주원 옮김, 세미콜론, 2014.2.17.
태풍이 지나간다. 바람만 가볍게 불면서 지나간다. 아이들하고 마당에 서서 비맞이를 하려 했으나 비도 그리 내리지 않는다. 제주를 비롯해 비가 쏟아진 고장이 있다고 하지만 고흥은 조용하다. 2012년에 온 태풍을 떠올리면 오늘 찾아온 이 비바람은 매우 간지럽다. 마당에 선 나무 곁으로 다가가 가만히 어루만져 본다. 마당 나무도 이 비바람은 대단히 가볍단다. 이러면서 속삭인다. 사람들이 태풍을 너무 싫어하는 마음이 커서 태풍도 한국에 들어오기 싫단다. 《선생님의 가방》 두걸음을 읽는다. 두걸음으로 이야기를 마무리짓네. 어릴 적에는 미처 느끼지 못한 학교 교사 한 분을 마흔이 다 되는 나이에 어느 술집에서 비로소 마주하고는, 새롭게 마음으로 가까워지는 줄거리가 흐른다. 겉모습이 아닌 마음으로 가까워지되, 때때로 겉으로도 토라지거나 시샘을 한다. 그렇지만 겉모습이란 얼마나 부질없는가를 하루하루 더 짙게 깨닫고, 이렇게 마음으로 크게 하나가 될 무렵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입을 맞출 수 있다. 우리는 오늘 어떤 길을 갈까? 어떤 모습하고 몸짓으로 이웃을 마주할까? 참다이 눈물에 젖고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기쁘면서 아름다운 삶길을 지을까? 이 회오리바람은 가볍게 지나가지만, 다음 회오리바람은 어떠할는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