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 잠들었을 때 나는 달이 되었다 문학의전당 시인선 176
임경자 지음 / 문학의전당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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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13


《우주가 잠들었을 때 나는 달이 되었다》

 임경자

 문학의전당

 2014.3.17.



  비바람이 몰아쳤습니다. 크게 이는 바람은 나무를 흔들고 풀꽃을 누였습니다. 이러면서 갖은 쓰레기를 휘휘 몰아서 어디론가 날립니다. 아이들은 비가 쏟아져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비바람에 더 비바람을 맞으면서 놀고 싶습니다. 아이다움이라고 해야겠지요. 드센 비바람이 저희를 다치게 할 수 없는 줄 환히 느끼면서 온몸을 맡기겠지요. 저도 걱정없이 비바람 한복판에 서서 비를 맞고 바람을 마셔 봅니다. 《우주가 잠들었을 때 나는 달이 되었다》를 읽습니다. 비를 맞으면서 비가 되고, 바람을 마시면서 바람이 된다면, 눈을 고이 감고 잠들어 꿈을 꿀 적에는 우주가 될는지 모릅니다. 한밤에 아이들이 잠에서 깨어 아버지를 부르면, 아이들을 안고서 “괜찮아. 꿈을 바꾸면 돼. 얼마든지 꿈을 바꿀 수 있어. 다시 잠들 적에 새로운 이야기가 흐르는 꿈으로 바꾸렴.” 하고 다독입니다. 꿈나라에서 저는 별이 되어 어느 별누리를 쏜살같이 납니다. 아득한 저 별누리 한켠은 어쩌면 제 텃별일 수 있습니다. 지구에 살짝 마실을 나왔을는지 모릅니다. 어느새 비바람은 그치고 해가 반짝 납니다. 마당에 흩어진 나뭇잎이 비바람 지나간 줄 알려줍니다.



우주가 잠들었을 때 나는 달이 되었다. 나는 공중에서 내 소녀의 다락방을 내려다보았는데, 창문으로 푸른 빛이 새어나와 별빛처럼 반짝거렸다. 그 후로 날마다 밤을 건너가며 창문에 불이 켜지기를 기다렸다. (다락방을 읽다/34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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