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211. 듣는다



마음을 열어 별이 흐르는 소리를 듣는다. 생각을 틔워 돌이 들려주는 노래를 듣는다. 눈을 뜨고서 바람이 나무하고 나누는 말을 듣는다. 온몸을 써서 흙하고 새롭게 이야기하면서 꿈을 듣는다. 귀로도 듣지만 마음이나 눈이나 몸으로도 듣는다. 말도 듣지만 생각이나 사랑을 함께 듣는다. 그리고 아무것도 안 들을 수 있다. 마음을 닫거나 생각을 닫거나 눈을 감거나 꼼짝하지 않으면서, 모든 소리랑 말이랑 이야기를 하나도 안 받아들일 수 있다. “말을 잘 듣다”를 으레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잘 따르다”로만 여겨 버릇하지만, 말을 잘 듣는 삶이란 온누리에 있는 뭇목숨이나 뭇숨결이 저마다 노래하는 이야기를 알아채고 우리 목소리를 나누어 주는 몸짓이라고 느낀다. 시끌벅적한 자동차 소리나 기계 소리 말고, 상냥한 구름 소리나 미리내 소리를 듣자. 자질구레한 텔레비전 소리는 접어두고, 넉넉한 풀노래 꽃노래 나무노래 숲노래를 듣자.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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