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 굴러



  서울 사당역 언저리 길손집에 묵습니다. 길손집에 들다가 문득 생각했습니다. 굳이 이쪽으로 말고, 고속버스역 앞에 있는 얼추 40만 원쯤 드는 호텔이라는 곳에 가 볼 수도 있는 노릇 아닌가 하고요. 모텔이나 여관 같은 이름을 쓰는 길손집은 아무래도 술집이 잔뜩 늘어선 길거리에 있습니다. 호텔 같은 이름을 쓰는 길손집은 술집하고는 꽤 떨어진 조용하면서도 차가 잘 다니는 곳에 있습니다. 호텔이라는 곳도 둘레 모습이 썩 볼 만하지 않지만, 모텔이나 여관 둘레 모습도 그리 볼 만하지 않습니다. 바깥마실을 하다가 하루를 묵을 만한 자리를 누리는 일도 홀가분하거나 조용하기가 만만하지 않습니다. 게스트하우스라는 이름을 붙이는 길손집이 꾸준히 느는 까닭을 알 만합니다. 그만큼 호텔도 모텔도 여관도 썩 알맞거나 아름답게 마을에 깃들지 못하거든요. 밤 열한 시 무렵에 비로소 길손집에 들었고, 졸음에 겨운 작은아이를 찬찬히 씻기고 옷을 갈아입도록 하니 이내 잠듭니다. 두 아이는 침대에 눕고 저는 바닥에 눕습니다. 작은아이는 밤새 이리저리 구르다가 다리 한 짝부터 바닥으로 떨구고, 곧 다른 다리 한 짝도 바닥으로 떨구더니, 아예 몸을 다 바닥으로 던집니다. 저는 바닥에 누워서 작은아이 다리 두 짝에다가 몸뚱이까지 받아냅니다. 저절로 서로 자리를 바꿉니다. 굴러 굴러 꿈누리에서 날아다니는가 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