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210. 여느 날 낮에 버스 타기



나는 초·중·고등학교 열두 해를 다니면서 ‘여느 날 낮에 버스 타기’를 거의 해 보지 못했다. 아주 드물게 여느 날 낮에 버스를 탈 일이 있으면 어쩐지 대단히 잘못했거나 사람들 눈치를 보아야 한다고 느꼈다. 요즈음 아이들 가운데 제도권학교를 안 다니는 아이는 거의 없다시피 할 테니, 여느 날 낮에 버스를 타거나 기차를 타면서 볼일을 보거나 마실을 다니는 삶을 누려 본 적도 드물 테지. 여느 날 낮에 느긋하게 책집에 들른다거나 박물관이나 도서관을 찾는다거나 공원에서 나무그늘을 찾는다거나 숲길을 걸어 보는 일도 드물 테고. 주말이나 방학에 우르르 몰려서 가는 ‘여느 날 볼일이나 마실’이 아닌, 언제라도 느긋하면서 넉넉하게 삶을 돌아보고 삶터를 헤아리는 나날이 되어야지 싶다. 여느 날 낮에 해를 보며 해바라기를 한다. 여느 날 낮에 바닷가에 찾아가 바닷물에 풍덩 뛰어든다. 여느 날 낮에 풀밭을 거닐며 풀내음을 먹는다. 여느 날 낮에 만화책을 펴고 시 한 줄을 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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