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209. 안 깨우기



우리 집 아이들을 아침에 깨우는 일이란 거의 없다. 아이들이 아주 느즈막할 때까지 안 일어나는, 이를테면 아침 열 시가 되어도 안 일어날 적조차 되도록 안 깨웠다. 그리 늦게 잠들지 않았는데 아침 열 시나 열한 시 무렵에 일어나는 아이를 안 깨우기란 쉽지 않았지만, 더 자야 하니까 더 자야 하겠거니 여겼다. 이렇게 아이들하고 살아가는 어느 무렵, 작은아이부터 새벽 다섯 시나 다섯 시 반 무렵 스스로 깨어나더니, 큰아이도 아침 일곱 시 넘어서 깨어나는 일을 찾아볼 수 없다. 둘 다 스스로 새벽빛을 보면서 잠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나 스스로도 울림시계를 쓴 일이 없고, 아이들도 울림시계를 안 쓴다. 우리는 몸에다 대고 이야기한다. 얼마쯤 자면 좋겠고, 언제쯤 일어나면 좋겠다 하고. 이러면 몸은 우리 이야기를 알아듣고는 고스란히 따른다. 어쩌면 우리는 잠을 아예 안 자고도 살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몸한테 ‘잠을 안 자도 얼마든지 눈부시게 튼튼하지’ 하고 말한다면. 다만, 낮잠이나 밤잠을 살짝살짝 누리면서 꿈나라를 누빌 적에 기쁘니 굳이 잠을 안 잘 생각은 없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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