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사는 노래



  시골로 삶터를 옮긴 지 꽤 되었구나 싶은데, 요즈막 들어 문득 한 가지를 깨닫는다. 시골에서 살고부터 ‘사람 목소리가 들어가는 노래’를 거의 안 듣는다고. 도시로 볼일 보러 나올 적에는 언제나 귀에 소릿줄을 이어 노래를 듣지만, 시골집에 있을 적에는 풀벌레하고 개구리하고 새하고 바람하고 나무하고 구름하고 별하고 해가 들려주는 노래만 듣는다. 요즈음 사람들이 대중노래를 흔히 들을 뿐 아니라, 길거리에서나 가게에서나 일터에서나 집에서나 자동차에서나 텔레비전·라디오를 켜고서 ‘사람 목소리가 들어가는 노래’를 듣는 까닭은, 오늘날 도시에서는 풀벌레도 개구리도 새도 바람도 나무도 구름도 별도 해도 노래할 틈바구니가 없을 뿐 아니라, 이런 노래가 있어도 자동차나 기계나 갖가지 물질문명 소리가 왁자지껄 시끌벅석 어지럽기 때문이겠구나 하고도 느낀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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