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연기를 하고 싶은가
고흥에서 순천으로 가는 시외버스에 텔레비전이 켜졌습니다. 손님이 제법 있으니 이 아침연속극을 보시는 듯합니다. 아침연속극에는 싸움, 때리기, 죽이기, 악쓰기, 속이기, 시샘하기, 성내기, 빼앗기, 괴롭히기, 울기, 소리치기 들이 쉬지 않고 흐릅니다. 이런 연속극을 아침에 들여다보면서 우리 머리나 마음은 어떻게 될까요?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방송사는 왜 아침마다 이런 줄거리로 연속극을 내보낼까요? 저녁에도 매한가지이지요. 왜 연속극이며 운동경기이며 영화이며 죄다 죽이고 죽고 싸우고 다투고 때리고 맞고 악쓰고 울고부는 그런 줄거리를 다루어야 할까요? 우리를 이런 틀에 길들여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는 길은 아닐까요? 그런데 무엇보다 연기자 마음을 모르겠습니다. 연기자는 이런 연기를 참말 하고 싶을까요? 누구를 미워하고 싫어하다가 죽이려고 하는 마음을 온몸으로 드러내는 연기를 참으로 하고 싶을까요? 이런 연기를 훌륭히 해내야 이름을 떨치고 돈도 벌며 보람이 있을까요? 연기는 그냥 연기가 아니라 삶으로 뒤바뀌지 않을까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