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2
누군가 저한테 “베스트셀러를 어떻게 생각하셔요?” 하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음, 베스트셀러라, 저도 고등학교 다니던 옛날에는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책을 빠짐없이 읽으려고 무척 애를 썼어요. 하지만 그게 잘 안 되더군요. 그때그때 조금씩 바뀌는 순위에 맞추어 책을 읽자니, 정작 제가 바라는 책, 제가 읽고 싶어하는 책은 못 읽게 되더군요. 그래서 제가 바라거나 좋아하는 책을 읽자니 베스트셀러 순위에 든 책하고 멀어지고요. 그래서 저는 다부지게 금을 그었습니다. 이러다가는 이도저도 안 되겠구나 싶어서 말입지요. 그래, 어찌했느냐? 그때,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베스트셀러라는 책’은 죄 끊었습니다. 아예 순위표도 안 보았고, 그런 책들이 잘 팔리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이런 책들 이야기를 해도 귀담아듣지 않았어요. 누군가 베스트셀러라는 책을 선사해 주면, 앞에서는 ‘아이고 고맙습니다’ 하고 받았지만, 바로 그날 헌책방 한 곳 찾아가서 슬그머니 책방 아저씨 책상 위에 얹어 놓거나 그냥 선물이라면서 드리곤 했습니다. 이렇게 살아온 지 어느덧 열대여섯 해쯤 되었군요. 그동안 베스트셀러라는 책을 느끼고 돌아보노라니, 이 책, 베스트셀러란 ‘자기 품 안 들이고 대충 읽을 책’이 아니겠느냐,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자기한테 참말로 반갑고 고맙고 즐겁고 기쁜 책은 못 보게 막는 책’이 아니겠느냐, ‘자기가 볼 책을 스스로 찾는 몸가짐을 싹뚝 꺽어 버리거나 없애 버리는 책’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들더군요.” (4339.12.27.물.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