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36. 그냥 되는
어느 사진벗이 “나는 해가 갈수록 사진을 못 찍어” 하고 말씀합니다. 저는 가만히 듣다가 말씀을 여쭙니다. “잘 안 찍어도 되지 않아요? 우리는 늘 즐겁게 찍으면 되어요. 그냥 찍으면 다 잘 찍는 사진이 되는구나 하고 느껴요. 오히려 그냥 안 찍기 때문에 자꾸 ‘잘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오르고, 이러다가 그만 ‘나는 참 사진을 못 찍어’하는 생각이 자라는데다가, 나중에는 이 말 그대로 사진을 참 못 찍는 굴레에 갇히지 싶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그냥 찍으면 됩니다. 이때에 ‘그냥’은 ‘마구’가 아닌, 티없는 마음으로 즐겁게 삶을 노래하듯이 저절로 찍는 몸짓입니다.
2018.7.8.해.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