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207. 혀짤배기
나는 혀짤배기라는 몸이 부끄럽다고 여겨 때때로 말을 안 하고 살았다. 이를테면 국민학생 적에 반 해 동안 입을 꾹 다문 채 지낸다든지, 낯선 사람을 마주할 적에 입을 안 열고 고개만 살짝 까딱한다든지 하면서. 한때는 입으로 말하기보다 글로 써서 생각을 밝히면서 살아도 되지 않을까 하고 여기기도 했다. 이러다가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람 발길 없는 곳을 두어 시간쯤 천천히 걸으면서 큰소리로 노래를 불러 본다든지, 새벽에 신문을 자전거로 돌리면서 신나게 노래를 불러 보면서 ‘혀짤배기한테 맞는 소리결하고 소리값’ 찾기를 했다. 말다운 말이 흐르지 않는구나 싶은 이 나라에서 혀짤배기로도 말다운 말을 펴자고 생각을 돌려 보았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면서 내 소리결하고 소리값을 얼추 찾기까지 열 몇 해가 걸렸고, 요즈음도 내 몸에 어울리는 소리결하고 소리값을 꾸준히 찾는다. 이러면서 아이들한테 이야기한다. 오늘 너희가 뭘 못 하는구나 싶은 일이 있으면 그냥 못 해도 된다고, 나중에 그 못 하는구나 싶은 일을 바꾸고 싶으면 천천히 바꾸어 보면 된다고, 즐겁게 마음을 기울이라고, 너희 아버지는 무척 느긋하면서 즐겁게 혀짤배기 말소리를 이렇게 바꾸어서 휘파람까지도 부는 몸이 되었다고.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