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203. 있고 없는
없어야 비로소 배울 수 있다. 있지만 새롭게 배울 수 있다. 없어지고 나서야 뒤늦게 배울 수 있다. 있을 적에 더 넉넉히 보듬으면서 배울 수 있다. 어떠한 길이든 배우려는 마음이라면 배운다. 어떠한 길이든 배우려는 마음이 자라지 않으면 못 배운다. 없을 적이든 있을 적이든 차근차근 배우자고 한다면 살림이 피어나겠지. 있을 적이든 없을 적이든 핑계를 대거나 토를 붙이려고 한다면 배우지도 못할 뿐 아니라 살림도 가라앉겠지. 밥해 주는 사람이 있으니 밥짓기를 안 배운다면, 밥해 주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적에 어떻게 할까? 살림을 도맡는 사람이 있기에 살림짓기를 안 배운다면, 살림을 꾸리던 사람이 어느 날 불쑥 자리를 비울 적에 어떻게 할까? 사내도 가시내도 모든 일이나 살림을 다 건사할 줄 알아야 한다. 어른도 어린이도 모든 일이나 살림을 꾸준히 배워서 제 나름대로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