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이랑 믿음
어린이로 살다가 어른이라는 몸으로 자라면서 둘레 어른한테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습 하나는 ‘믿음’이었습니다. 둘레 어른들이 ‘참을 참대로 느끼지 못하’기도 하고, ‘참이라고 느끼면서 정작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하며, ‘참을 굳이 알지 않으려 하’거나, ‘참인 줄 알아차리면 몹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았어요. 왜 이래야 하는지 참으로 수수께끼였습니다. 이제 저는 둘레에 있는 사람들한테 으레 이렇게 말합니다. “그대가 믿기는 쉽지 않겠지만 참입니다. 그대가 믿지 않는다고 해서 참이 사라지거나, 참이 거짓이 될까요? 참은 늘 참 그대로 있습니다.” 참이란 삶입니다. 믿음이란 삶이 아닙니다. 참이란 삶에서 비롯합니다. 믿음이란 삶 아닌 곳에서 비롯하여 우리 마음에 깊이 또아리를 뜬 채 모두 가로막는 높다란 담벼락입니다. 참을 다룬 책을 멀리한다고 해서 참이 사라질 수 없습니다. 참이 아닌 믿음을 다룬 책을 가까이한다고 해서 ‘믿음이 참으로 바뀔’ 수 없습니다. 믿음을 버려야 참을 볼 수 있고, 믿음을 깨야 참을 배울 수 있습니다. 2018.8.4.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