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빨래


 누구는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아무개는 아침 일찍 책을 읽는다는데, 나는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 빨래를 한다. 예전에도 아침에 일어나서 빨래를 했지만, 요새 하는 빨래는 예전과 다르다. 간밤에 보일러가 돌아가며 덥혀진 물로 하는 빨래이다.

 이제 곧 낮이 되는데, 지금 내가 일하는 방은 온도가 14도. 요즈음 한낮에는 15도를 넘기기 힘들다. 겨울이니까. 밤에는 11도까지 내려가는데, 11도 밑으로 내려가면 보일러가 돌아가도록 맞춰 놓았기에 이보다 밑으로는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밤에 한두 차례 보일러가 돌아가고, 이렇게 돌아가는 동안 많지는 않아도 더운 물이 조금 생긴다. 이 덥혀진 물이 아깝기에 아침에 빨래를 한다.

 덥혀진 물이라지만 그렇게까지 따뜻하지는 않다. 하지만 찬물과 견주면 얼마나 호강인가. 내가 찬물 빨래에서 더운물 빨래로 돌아선 지는 얼마 안 된다. 굳이 더운물을 쓰고프지 않은 마음도 있었지만, 더운물을 쓸 수 없이 살았으니까. 더운물 없는 곳에서 살았으니까. 그러고 보니, 2003년 봄까지 살았던 집은 밤에 0도 안팎까지 온도가 떨어져서 이불을 두 겹으로 뒤집어쓰고 누워도 코에서 김이 나오는 곳이었다. 이 집에서는 겨울만 되면 물이 얼어붙어서 더운물 빨래고 찬물 빨래고, 아예 빨래를 못하며 지내기도 했다.

 내일도 아침에 빨래를 하겠지. 겨울이니까. 겨울에는 밤에 보일러가 돌아가고, 보일러 돌아가며 조금 얻은 덥혀진 물을 그냥 버리기에 아까우니까. 물이 조금 넉넉하다면 머리도 감고, 머리 감을 만큼이 안 되면 머리는 그냥 찬물로 감지, 뭐. (4339.12.25.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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