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만화 2 강풀 순정만화 5
강풀 지음 / 문학세계사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 순정만화(1ㆍ2) - 강풀  2006.10.31 10:13

- 책이름 : 순정만화(1ㆍ2)
- 글/그림 : 강풀
- 펴낸곳 : 문학세계사(2004.2.∼2004.5.)
- 책값 : 한 권에 12000원씩


 인터넷만화를 그리는 이 가운데 나라안에서 가장 이름이 높다는 강풀(강도영) 님. 손이 아닌 셈틀로 그리는 만화를 썩 내켜하지 않기에 이분 만화는 몇 번 지나가며 보기는 했지만 그다지 달갑지 않았습니다. 다른 인터넷만화도 마찬가지고요. 너무 손쉽게 그리려 한다는 생각도 들고, 기계로 꾸민 빛깔이 제 눈에는 아주 따갑고 낯설고 사람냄새가 느껴지지 않기도 합니다. 온갖 빛깔을 마음껏 쓸 수 있다는 셈틀입니다. 하지만 온갖 빛깔을 다 나타낼 수 있으면 뭐하나요. 사람냄새, 풀냄새, 꽃냄새, 흙냄새가 없는걸요. 이렇게 따지면 요즘 물감도 자연에서 얻기보다는 화학물질을 뒤섞어 만드니 마찬가지라 하겠습니다. 그나마 질감이라도 있기는 하지만.

 한편, 너무 손쉽게 그린다는 느낌이 드는 인터넷만화는 ‘누구나 배워서 그릴 수도 있’다는 좋은 대목이 있어요. 뭐, ‘누구나 배워 쉽게 그린다’고 해도 아무나 대충 그릴 수 있는 그림이나 만화가 아닙니다. 그만큼 애쓰고 갈고닦아야 합니다. 다만 손그림 만화보다 품이 적게 들고, 어차피 인터넷으로 그림을 보여주는 세상이라면 손그림을 긁어서 인터넷에 띄우나, 처음부터 셈틀로 그려서 띄우나 마찬가지일 테며, 이럴 바에는 차라리 처음부터 셈틀로 그리는 편이 보기에도 더 낫다고 할 수 있어요. 손그림 만화는 종이에 찍어서 맨눈으로 보아야 제맛이고, 셈틀그림 만화는 인터넷으로 보아야 제맛이니까요. 강풀 님 《순정만화》도 어느 만큼은 ‘종이보다 인터넷 화면’이 더 보기에 낫습니다.

 강풀 님이 그리는 만화는 널리 사랑받고 좋은 소리도 많이 듣습니다. 언제나 세상살이에 가까이 다가서면서 우리들한테 ‘어떤 생각이나 이야기’를 억지로 집어넣으려 하지 않아요. 자기가 겪고 느끼고 본 그대로 꾸밈없이 드러내 보일 뿐입니다. 머리로 꾸미거나 지은 생각이 아니라, 몸으로 부대낀 이야기를 자기 입이나 동무들 입을 거쳐서 들려줍니다. 그러니 이분 만화에는 숨결이 남아 있습니다. 싱싱합니다. 파릇파릇한 기운이 있습니다. 잠깐 보고 지나가면 그만인 다른 인터넷만화와는 달리, 오래도록 눈길을 붙잡는 힘, 기운, 느낌이 서려 있어요.

 낯선 사람을 만나며 차근차근 인연을 쌓다가 자기 삶이 차츰 바뀌고, 어느 결엔가 서로를 생각하고 바라는 마음이 사랑으로 탄탄하게 자리잡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순정만화》입니다. 사내 셋, 계집도 셋, 이들을 둘러싼 크고작은 인연이 하나씩 엉키기도 하고 이어지기도 하면서 사랑이든 만남이든 헤어짐이든 미움이든 멀리 있지도 않으나 바로 옆에 있기만 하지도 않음을 가만히 느끼도록 합니다. 가까이 있어도 마음이 없으면 보지 못하고, 멀리 있어도 마음이 있으면 얼마든지 보이는 사람 사귐을 생각하도록 합니다.

 책을 덮고 생각해 보면, 참 흔한 이야기입니다. 뻔한 줄거리입니다. 책이름 그대로 ‘서로서로 좋게좋게 끝내는’ ‘순정만화’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뻔하고 흔한 이야기를 잘 그리네요. 뭐랄까, 홀가분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눈에 힘을 주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림 그린 이부터 어깨에 힘을 빼고 그렸으니, 그림 보는 우리들도 눈에 힘을 빼고 즐길 수 있습니다. 모두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요 놀이라 하겠으나 ‘어떻게 먹고살까’를 생각하지 않고 바삐 돌아가는 우리들한테,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우리는 또 우리대로’ 어떠한 길을 스스로 찾아가면 좋을까를 넌지시 느끼게 해 줍니다.

 문득, 만화쟁이 강풀 님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누구나 다 아는 대로’ 꾸밈없이 그릴 줄 아는 사람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수많은 다른 만화쟁이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그리면서 누구나 다 모르는 줄’ 잘못 생각하는구나 싶고, ‘누구나 다 모를 만한 이야기를 억지로 찾으려’ 바둥거리고 있으니, 마음을 적시고 즐거운 웃음과 눈물을 선사하는 작품을 남기지 못하는구나 싶기도 하고요. 만화대사로 쓰는 말을 좀더 다듬고 걸러낼 수 있으면 훨씬 좋은 작품으로 이어갈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리고 이 책을 펴낸 출판사는 책값을 지나치게 비싸게 붙였고, 책도 지나치게 겉멋들여서 꾸몄습니다. 그린이와 줄거리하고는 하나도 안 어울리는 부풀린 꾸밈새 때문에, 지난 이태 동안 이 책을 거들떠보지 않다가 이제서야 찾아서 보았습니다. (4339.10.31.불.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