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199. 놀며 일하다



어릴 적 일을 곰곰이 돌아보면 둘레 어른은 으레 ‘놀이 = 게으른 짓 = 나쁜 일’로 여겨 우리가 노는 몸짓을 썩 안 좋아했구나 싶다. 먹고살기 힘들다고 하면서, 일만 부지런히 해야 비로소 먹고살 만하다는 뜻을 우리한테 새기려고 했지 싶다. 이때마다 입으로 터뜨려 묻지 못하고 마음에만 새긴 수수께끼가 있다. “저기요, 넉넉히 먹고살 수 있은 뒤에는 어떻게 하나요?” 하고. “부지런히 일해서 넉넉히 먹고살 수 있은 뒤에는 어떻게 놀거나 무슨 놀이를 하면 즐겁나요?” 같은. 이런 말을 물으면 둘레 어른들은 되게 싫어했다. 바보 같은 소리를 한다고 나무라기 마련이었다. 나는 일을 안 할 생각이 없다. 다만, 일은 일대로 즐겁게 하되, 놀이는 놀이대로 신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즐겁게 일하는 삶이라면 기쁘게 놀이할 수 있는 살림이어야 하지 않을까? 죽어라 돈만 모아서 이 삶에 어떤 보람이 있을까? 알맞게 일하고 알맞게 놀면서 알맞게 배우고 알맞게 나누는, 모든 삶에 알맞음이라고 하는 기둥을 단단히 세울 노릇이 아닐까? 일만 있고 놀이가 없다면, 일만 하라고 몰아세우고서 느긋하게 놀거나 쉴 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우리 삶은 어찌 될까? 감옥에서조차 해바라기 할 틈을 마련해 준다더라. 학교에서도 아침부터 밤까지 내처 가르치지만 않는다. 틈틈이 쉬도록 한다. 이제 우리는 ‘숨돌릴 틈’뿐 아니라 제대로 놀고, 아름답게 놀며, 사랑스레 놀 줄 아는 살림도 지어야지 싶다. 노래방, 술집, 당구장, 골프장, 운동경기 …… 이런 것 말고 ‘돈을 안 들이고도 웃고 노래하는 잔치판 놀이’를 새로 열어야지 싶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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