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마음에 드는 치마바지를 두르고 풀밭에 드러눕는다. 치마바지를 두르고 드러누운 풀밭에서 허벅지가 간지럽기에 문득 일어나 앉으니 풀꽃 한 송이가 살그마니 고개를 내민다. 바람도 풀결도 싱그럽네. 햇볕도 매미 노랫소리도 상냥하네. 마음에 드는 길을 걷기에 마음에 드는 글이 새록새록 자라난다. 마음에 드는 몸짓으로 춤을 추기에 마음에 드는 말이 새삼스레 태어난다. 아이들한테 말을 할 적에는 언제나 나 스스로 말을 한다고 느낀다. 아이들을 마주하면서 내 마음속 넋님한테 속삭이거나 외친다고 할까. 누구를 시샘하면 내가 나를 시샘하는 셈이요, 누구를 미워하면 내가 나를 미워하는 셈이다. 누구를 사랑하면 내가 나를 사랑하는 셈이며, 누구를 보살피면 내가 나를 보살피는 셈이다. 마음에 드는 길이 사랑으로 거듭나도록 온몸을 쓸 적에 글 한 줄이 꽃씨가 되어 이 땅에 드리운다. 2018.7.26.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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