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를 보다



  언제 어디였는지 가물거리지만, 바다에서 해파리를 본 적 있습니다. 인천 앞바다였는지, 인천 장봉섬인가 영종섬이었는지, 동해였는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다만 해파리가 제 곁을 스치듯 지나갈 적에 매우 고요했어요. 해파리를 쳐다보느라 물결 소리도 사람들 소리도 바람 소리도 못 들었습니다. 오로지 해파리 헤엄짓을 지켜보는 데에 온마음이 팔렸습니다. 해파리가 무섭다거나 낯설다고 여기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사회나 언론에서는 해파리가 독을 쏜다고들 했지만, 막상 해파리를 곁에서 바라보자니 마음 깊은 곳을 짜르르 울리는구나 하고 느꼈어요. 이런 해파리를 일본마실길에 오사카에 있는 해유관(海遊館, 바다놀이집)에서 오랜만에 마주했습니다. 다만 해유관이란 데에서 처음부터 해파리를 보여주지 않고 맨 나중에 보여주더군요. 해파리만 보고 싶은 사람은 해파리만 보도록 하면 좋을 텐데 싶어 아쉬웠습니다만, 여러 바다 이웃을 만났으니 고마운 노릇이라고 여기기로 합니다. 개복치하고 고래상어를 눈앞에서 헤엄질로 만나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오사카 바다놀이집에서 보여주는 해파리는 커다랗지 않습니다. 아주 작아요. 아기 손만큼 조그마한 해파리가 자그마한 유리집에서 아주 천천히 헤엄을 치는데 몸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요. 이곳에서 켜 놓은 등불도 있습니다만, 해파리 스스로 몸에서 빛을 내는데 확 사로잡힐 만합니다. 해파리란 어떤 숨결일까요? 해파리는 이 지구에서 사람들한테 어떤 이야기를 마음으로 들려줄까요? 2018.7.25.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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