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
일본마실을 하는 길에 들른 소바집에서 “료슈쇼 구다사이” 하고 말한다. 영수증을 챙겨서 그날그날 길돈을 얼마나 썼는가 하고 살피려 하니까. 밥집에서 처음에 알려준 밥값을 치른 뒤에 영수증을 챙기는데, 손으로 영수증을 적어 주려다가 밥집 일꾼이 무언가 어긋난 대목을 알아챈다. 밥값 셈을 잘못하셨구나. 400엔을 더 내기로 한다. 밥집 일꾼이 몇 번이고 “스미마셍” 하고 허리를 숙인다. 나라도 이처럼 허리를 숙이면서 잘못했다고 빌 테지. 그나저나 영수증을 손으로 적는 일이란 참 좋구나 싶다. 뭐, 기계로 셈을 했으면 어긋나는 일이 없었을 수 있는데, 찬찬히 손으로 짚으며 돌아볼 적에는 빠지거나 놓친 대목을 스스로 떠올리기에 좋다. 기계힘을 굳이 안 빌리자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쓰는 모든 글은 기계질이 아닌 손질이자 마음질인 터라, 우리 눈이랑 마음이랑 손이랑 머리를 써서 차근차근 되짚는다면 한결 꼼꼼하면서 알차게 여밀 수 있다는 뜻이다. 2018.7.24.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