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34. 끌어안네


  어깨에 지는 짐마다 손을 닦는 천이 있고, 등짐마다 천주머니를 챙기다 보니 꽤 많이 들고 다닙니다. 한국 아닌 일본에서 여러 날 묵으며 길손집에서 짐을 몽땅 풀어헤쳐 보는데, 겹친 짐이 꽤 많습니다. 겹치게 들고 다녔어도 늘 아이들하고 다니면서 ‘이때에 써서 없으면 다음에 곧장 쓸 수 있도록’ 챙긴다고 하다가 그야말로 겹겹이 짊어지고 다니는구나 싶더군요. 이제는 두 아이가 모두 잘 자랐으니 아이들을 돌보느라 건사하던 짐을 내려놓아야지 싶어요. 조금 더 홀가분한 몸으로 다니면서 한결 홀가분한 마음이 되려 합니다. 그만 끌어안아야겠네 싶습니다.


2018.3.30.쇠.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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