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33. 씩씩히 말하자


  혼자 일본으로 마실을 가던 날, 몇 사람을 만나서 말을 섞을 수 있었는데, 거의 모든 말을 못 알아들었으나, 마지막에 ‘아리가또오 고쟈이마싀으’는 알아들었어요. 저도 이 말을 따라하려고 했으나 막상 입밖으로 아주 가늘게 튀어나오더군요. 소리가 샐까 걱정하나 싶어 부끄러웠습니다. 낯익은 말씨가 아니면 누구라도 소리가 샐 수 있으니, 씩씩히 말하면 될 텐데. 씩씩히 말하다가 틀리거나 어긋난 대목이 있으면 바로 앞에서 일본 이웃이 ‘어디가 어떻게 엉성한가’를 짚어 줄 텐데, 멋진 스승이 코앞에 있는데, 멋진 스승을 코앞에 두고도 부끄럽다는 걱정으로 입을 제대로 못 떼다니, 참말로 이런 몸짓이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하루를 보낸 뒤에는 그쪽에서 내 말씨를 못 알아듣더라도 거듭거듭 말하면서 소릿결을 헤아립니다. 말하기뿐 아니라 살림하기에 사진찍기도 다 같겠지요. 씩씩히 말하기에 제대로 배우고, 씩씩히 나서기에 제대로 찍습니다.


2018.3.30.쇠.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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