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194. 에누리
나는 어릴 적에 에누리하고 덤을 함께 익혔다. 우리 어머니하고 저잣마실을 다닌다든지 이웃집을 만날 적에 으레 두 모습을 보여주셨으니까. 저잣거리나 가게에서는 에누리를 바라셨고, 이웃집에는 덤을 주곤 했다. 이러다가 어느 날에는 저잣거리나 가게에서 “‘우수리’는 가지세요” 하고 말씀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러면서 ‘우수리’라는 말도 배웠다. 어느새 어버이가 된 나는 저잣거리나 가게나 책집에서 에누리를 하는 일이 없다. 어느 것을 사든 고마운 노릇이요, 어느 책을 장만하든 새로 배우는 기쁨을 누리기에 ‘부르는 값’에 오히려 덤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기 일쑤이다. 생각해 보라. 아름답게 누린 책인데 값을 에누리하고 싶은가? 맛나게 먹은 밥인데 값을 깎고 싶은가? 고맙게 택시를 타고 왔는데 굳이 삯을 덜어 달라 하고 싶은가? 제값을 치르는 길, 참값을 나누는 길, 기쁨값이랑 웃음값을 함께하는 길을 아이들하고 헤아린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