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립지 않아



  새벽 네 시에 하루를 열면서 짐을 꾸립니다. 아침 일곱 시에 모두 짐을 챙겨서 길을 나섭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일찍 일어나서 저희 짐을 꾸려 줍니다. 집 안팎을 좀 치우고서 움직이는데, 순천에서 기차를 갈아타니 몸이 스르르 풀리며 눈이 감길 듯합니다. 그렇지만 오늘 이 기찻길에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스토리닷 출판사에서 오늘 글꾸러미를 마무리해서 인쇄소에 넘긴다고 했어요. 틀리거나 빠진 글씨가 있는지 마지막으로 살피는 일을 해야 합니다. 10초쯤 눈을 감고서 생각에 잠깁니다. “나는 튼튼해. 나는 내 일을 즐겁게 해. 서두르지 않되 늦추지 않아. 즐거이 일을 마치고 몸이며 마음 활짝 쉬는 길을 가자.” 혼잣말을 하고서 일손을 잡습니다. 두 시간 반에 걸쳐서 글을 다 살폈고, 고칠 곳 일곱 군데를 찾아냅니다. 종이책으로 나올 적에는 더 손볼 데가 없으리라 여기면서 무릎셈틀을 닫습니다. 졸립지 않아요. 큰아이를 무릎에 누여 재우면서 기차가 부산 사상역에 닿기를 기다립니다. 2018.7.19.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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