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189. 숨



새벽에 일어나서 숨을 쉰다. 맨발로 마당에 선다. 맨발로 땅을 디디면 땅에서 무언가 나한테 올라온다. 팔을 하늘로 뻗으면 하늘에서 무언가 나한테 내려온다. 어릴 적부터 맨발로 뛰놀 적에 훨씬 신나고 기운난다고 느꼈는데, 우리는 어른이 되어 가면서 맨발차림보다는 신을 꿴 차림이 익숙하다. 그러나 옛사람 자취를 보면, 옛사람은 어른이어도 일하거나 쉴 적에 으레 맨발이었다. 우리는 맨발살림을 잊고 맨손살림을 잃으면서 몸이 차츰 무거워졌을 수 있다. 숨을 쉰다. 하늘을 쉬고 땅을 쉰다. 바람을 들이켠다. 하늘을, 풀잎을 스치는 바람을, 구름이 흐르는 하늘을, 나뭇잎을 어루만지는 바람을, 내 몸을 드나드는 소리를 모두 마신다. 이 숨을 마시면서 이곳에 있으니, 저 숨을 마실 적에는, 그러니까 저 먼 별에 흐르는 숨을 마실 수 있을 적에는 별마실을 다녀오려나. 새벽을 지나 아침에 이르는 바람결이 곱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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