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닌
혼자가 아니어 비행기표나 버스표나 기차표를 끊을 적마다 여러모로 살펴야 한다. 버스표야 그냥 끊더라도 비행기표에는 여권번호를 비롯해 써 넣을 것이 많아서 여러 시간 걸린다. 아니, 비행기는 공항에서 기다리는 품도 긴데, 표를 끊을 적에도 며칠이 걸리네? 짐을 꾸릴 적에도 품이 들고. 아이들이 무척 어릴 적에는 잠든 아이를 안으면서 짐을 잔뜩 짊어졌다면, 이제 아이들이 제법 자라서 저희가 짐을 나누어 들거나 밀겠다면서 짐을 가져가곤 한다. 혼자가 아니어 어깨가 뻐근거리면서, 혼자가 아니어 어깨가 홀가분하다. 혼자가 아니어 책을 느긋하게 펼 틈이란 없다시피 하지만, 혼자가 아니어 책 하나를 여럿이 돌려읽는다. 예전에는 혼자 웃고 울던 책인데, 비록 아이들이 침이나 열매물이나 땀이나 손때를 와락 묻히면서 구기기까지 하더라도, 더 새기고 나누는 길을 간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니 밥을 다 지어서 먹고는 “설거지 할 사람?” 하고 불러 볼 수 있다. 때로는 “오늘 밥할 사람?” 하고 부르기도 한다. 더욱이 오늘, 2018년 7월 17일, 열한살 큰아이는 노래를 세 가락 지었다(시를 세 꼭지 썼다). 큰아이가 시를 손수 종이에 쓴 둘쨋날이다. 2018.7.17.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