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눈이
고흥 나로섬에 있는 국립청소년우주센터에 가 보았다. 이곳에는 천체망원경이 있다. 천체망원경을 살며시 쓰다듬어 볼 적까지 천체망원경은 그저 ‘천체망원경’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 천체망원경을 다스리는 분이 “이 천체망원경은 (만든 회사) 이름이 이러한데, 아직 (우리가 새롭게) 이름을 붙여 주지 못했습니다.” 하고 이야기를 하셔서 ‘아, 우리가 곁에 두고 아끼는 물건에는 으레 이름을 붙여 주었지!’ 하고 생각했다. 참말로 그렇지. 과수원을 하는 분은 나무마다 이름을 붙여 주고, 목장을 하는 분은 소나 돼지나 닭마다 이름을 붙여 준다. 이분들한테는 상품이 아닌 한울타리 벗님이자 곁님이니까. 청소년우주센터에서 천체망원경을 다루는 분한테 천체망원경은 물건이나 물품이 아니다. 늘 곁에 두고 아끼는 숨결이다. 비록 이 천체망원경은 사람하고 달리 ‘쇠붙이하고 플라스틱하고 유리를 더한 덩이’라 하더라도 무척 살뜰하면서 아낄 만한 숨결이리라. 그러니 이분은 이 천체망원경한테 이름을 붙여 주고 싶었으리라. 이분 이야기를 한참 듣는 동안 속으로 생각한다. 나라면, 내가 이 천체망원경을 다루는 일을 한다면, 저 먼 별누리를 바라보도록 하는 이 어여쁜 눈한테 어떤 이름을 붙이겠는가 하고. 맨 먼저 떠오른 이름은 ‘별눈이’이다. 별을 보는 눈이라서, 별처럼 밝은 눈이라서, 이 지구도 온누리 별하고 똑같은 별이라서, 별을 보는 눈은 스스로도 별이 되어 빛나는 눈이라서, ‘별눈이’라는 이름을 읊어 보고 종이에 적어 본다. 2018.7.12.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