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184. 외우지 않아



외웠던 이야기는 잊곤 한다. 외우지 않고 익힌 이야기는 좀처럼 안 잊는다. 겪지 않고 어깨너머로 구경한 일은 스미지 않는다. 엉성하거나 어설프더라도 스스로 겪은 일은 몸으로 깊이 스민다. 머리나 마음에 새기는 배움길은 좋다고 여긴다. 그러나 새기지 않고 외우는 길이라면 배움하고는 동떨어지지 싶다. 배울 적에는 외우지 않는다. 외우는 길이란 똑같이 하는 길이고, 똑같이 해서는 틀에 맞출는지 몰라도 철이나 결을 살피지 못한다. 외우지 않고 익힐 적에는 틀에는 안 맞더라도 철이나 결을 읽으면서 맞추니, 그때그때 다르면서 그때그때 알맞기 마련이다. 함께 배우는 곳이라면 척척 외워서 맞춰야 하는 시험문제를 낼 까닭이 없다. 함께 배우지 않고 점수에 따라 줄세우기를 하는 곳이라면 배움길하고 동떨어질 테니 척척 외워서 맞추는 아이를 높이고, 못 외우는 아이는 뒤처지고 말 테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