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 2018.6.26.)

 ―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그동안 꿰던 고무신은 이름은 ‘고무신’이나 정작 ‘플라스틱신’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생김새만 보고 ‘고무신’이라 일컬었어요. 신을 공장에서 찍어 파는 사람도, 이 신을 다루는 신집도, 사람들도 속알맹이 아닌 껍데기를 보며 고무신이라 여겼습니다. 저는 이 고무신 아닌 플신(플라스틱신)을 열 몇 해를 꿰며 살았는데요, 얇은 바닥 때문에 땅을 가까이 느낄 수 있고, 벗거나 빨래하기 수월해서 좋다고 여겼지만, 플라스틱 냄새를 온통 느껴야 하는 대목은 달갑지 않았습니다. 다만 신집에서 으레 파는 여느 신만큼 플라스틱 덩어리는 아니었으니, 그나마 낫다고 여겼지요. 나막신을 흔히 일본신이라고만 여기지만, 한겨레도 나막신을 신었고, 다른 겨레도 나막신을 꿰었어요. 비가 오는 날이면 나막신이 좋거든요. 그런데 있지요, 지난날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신 없이 맨발로 흙하고 풀을 디디며 살았습니다. 발바닥으로 맨바닥을 느끼면서 흙바닥이 얼마나 우리 몸에 즐겁고 아름다운가를 누리며 살았어요. 한 달 즈음 나막신을 꿰고 지내노라니, 늘 마룻바닥을 걷는구나 싶어 새삼스럽습니다. 나무바닥이 이리도 즐겁고 아름답다고 새삼스레 배워요. 이 배움을, 나무를 더 가까이에서 누리는 즐거움을, 제가 쓰는 글하고 책에 더 싱그러이 담아낼 수 있겠지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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