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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에 대해 생각할 때 ㅣ 문학의전당 시인선 46
강미정 지음 / 문학의전당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노래책시렁 3
《그 사이에 대해 생각할 때》
강미정
문학의전당
2008.3.31.
우리는 어디에 있든지 소리를 듣습니다. 소리에는 여러 길이 있어, 몸에 있는 귀로 소리를 듣고, 마음에 퍼지는 소리를 듣지요. 우리는 으레 귀로만 소리를 들으려 하는데, 귀를 가만히 닫고 마음을 열면 마음속에서 깊이 울리는 소리를 맞아들일 수 있습니다. 전철길이나 기찻길 곁에서 산다면 전철이나 기차가 달리는 소리를 듣습니다. 꽃밭이나 풀밭을 곁에 두고 산다면 꽃이나 풀이 속삭이는 소리를 듣습니다. 구름을 올려다보면 구름이 하늘을 나는 소리를 듣고, 처마 밑에 제비집이 있으면 제비가 노래하는 소리를 들어요. 《그 사이에 대해 생각할 때》는 너랑 나 사이에 흐르는 길을 가만히 헤아리려고 하는 노래입니다. 사이는 넓을 수 있고 좁을 수 있습니다. 사이는 있을 수 있고 없을 수 있어요. 사이가 있기에 너랑 나 사이는 멀 수 있지만 가까울 수 있는데, 아무것도 아니거나 모든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천만 송이쯤 잔치를 벌이는 곳에 가야 꽃내음이 짙지 않습니다. 마음을 기울여 바라보고 쓰다듬고 어루만질 만한 자리에 있다면 한 송이 꽃을 아이하고 나란히 앉아서 지켜보면서도 온몸에 꽃내음이 물씬 배기 마련입니다. ㅅㄴㄹ
햇살 눈부신 돌계단 사이 제비꽃이 지는 걸 / 딸과 함께 쪼그리고 앉아 보았습니다 / 꽃이 지는 일은 꽃이 다른 몸이 되는 일 같았습니다 (꽃이 지는 일/26쪽)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