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180. 나막신
일본으로 배움마실을 다녀오면서 곁님하고 나막신을 한 켤레씩 맞추었다. 일본 옛신을 신장이 두 분이 손님 발크기를 살피면서 꼼꼼히 지어 주는 마을 신집을 보았기에, ‘화학소재 아닌 숲에서 온 나무하고 실’로 엮은 나막신을 반기면서 발에 꿰었다. 나막신을 꿴 지 한 달 즈음 지나니, 이제 나막신을 꿰고 가볍게 달릴 수 있다. 처음에는 느릿느릿 걸었다면, 이제 나막신하고 발이 한몸 되어 움직인다. 나막신을 꿰면 늘 맨발로 마룻바닥을 걷는 느낌이다. 옛사람이 이 땅에서 짚을 삼아 발에 꿰고 먼길을 나설 적에는 늘 풀숲을 걷는 느낌이었을 테지. 몸에 어떤 실로 짠 천으로 지은 옷을 걸치느냐에 따라 몸이 받아들이는 결이 다르다. 화학섬유 옷이라면 기름냄새 빼고 없겠지. 숲에서 온 실로 지은 옷은 ‘실이 되어 준 풀포기’가 자라던 들이며 바람이며 해님이며 빗물을 느끼면서 입을 만하다. 맨발로 땅을 디딜 적에 두 발로 땅기운을 느끼면서 받아들이니, 발을 꽁꽁 감싸면서 시멘트나 아스팔트만 디뎌야 한다면 발이랑 몸에 아무 숲기운·별기운이 스밀 수 없겠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