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을 말하기



  말하기란, 말이라고 하는 씨앗을 심기이다. 글쓰기란, 글이라고 하는 씨앗을 심기이다. 앎을 말한다. 아는 대로 말한다. 곧, 앎을(아는 대로) 마음에 씨앗으로 심을 수 있도록 말이라는 모습으로 심는데, 앎을(아는 대로) 말할 적에는 우리 스스로 아직 모르는 대목을 느끼거나 헤아리면서 새로 배우려는 마음이 되어야 즐겁다. 이와 달리, 아직 알지 못하면서 ‘믿음을(믿는 대로)’ 말하려 한다면, 믿음이란 앎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무엇을 아는지도 모르는지도 까맣게 모르는 채 말하는 셈이다. 믿음을(믿는 대로) 말하려 할 적에는 안 배우기 일쑤이다. 믿음이란, 스스로 외운 대로 읊는 몸짓이 된다. 믿음을 글로 옮길 적에는 새로 배울 줄 아는 몸짓하고 멀어질 뿐 아니라, 이웃하고 사귀거나 어깨동무하려는 마음이 못 자라기 마련이다. 앎을(아는 대로) 말하면서 홀가분할 수 있고, 가볍게 날듯이 생각을 펼쳐서 새로 배우고 즐겁게 어우러진다. 믿음을(믿는 대로) 말할 적에는 틀(질서·계급)에 갇히기 일쑤요, 무겁게 가라앉다 보니 남이 아닌 나를 스스로 가두는데다가 이웃을 등지거나 금을 그어 버리기까지 한다. 2018.7.2.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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