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쓰다
길손집에서 묵은 지 이틀째. 글을 쓸 틈을 못 내다가 새벽 네 시 반 무렵 드디어 허리를 편다. 엊저녁 열 시 반부터 비로소 틈을 낼 수 있었으나 몸이 따르지 않기에 몸에 새기운이 돌 때까지 쉬기로 했다. 눈은 열두 시, 한 시, 두 시, 세 시, 이렇게 한 시간마다 번쩍 떴지만 몸은 더 허리를 펴 주기를 바랐다. 이러다가 네 시 반에 이르러 ‘이제 일으켜서 써도 돼’ 하는 뜻을 알린다. 시계가 아닌 몸이 틈을 내어주었기에 고맙게 수첩을 펴고서 글을 쓴다. 힘을 쓸 수 있는 몸을 쓰는 때에 비로소 마음을 가만히 쓰면서 글도 나란히 쓴다. 2018.6.30.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