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나귀님님의 "늙어버린 것은 둘리만이 아니었다..."
김수정 님이 새로운 창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반발이나 화를 낼 수 있지 싶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처음부터 `하느님 같은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는 않겠지요. 만화가 김수정 님도 `자연인' 가운데 하나니까요. 그리고 `둘리'라는 만화를 그저 1회성으로만 패러디하고 끝낸다고 한다면, 김수정 님한테는 기분 나쁠 일일 수밖에 없다고 느낍니다. 80년대 인기유행 대중가요를 요즘 젊은 노래꾼들이 `되지도 않는 노래 솜씨로 망쳐 놓듯이' 최규석 씨 만화도 김수정 님 만화를 그렇게 망친다고 느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최규석 씨한테는 가볍게 한 번 그리고 지나치는 `통과의례'일 수 있고, 김수정 님한테는 자기 모든 것이 걸려 있고 담겨 있는 `삶'일 수 있으니까요. 이 만화책 하나를 내느라 들인 땀방울은 적지 않았을 테고, 이 만화로 우리한테 선사하는 깊이와 즐거움도 만만치 않지만, 저는 `별 다섯'이 아닌 `별 넷'을 주는데, 그 별 하나는, 최규석 씨한테서,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뒤로 이어지는 다른 작품에서 그다지 연속성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길헤맴을 거쳐 자기 자리를 알뜰히 다잡을 수 있다면, 그래서 <아기공룡 둘리>에서 원작 상상력을 얻어서 새 만화를 그린 힘을 자기 나름대로 새 만화로 일구어 낼 수 있다면, 그때 가서는 김수정 님도 최규석 씨가 그린 이 만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줄 수 있으리라고도 봅니다. 하지만 아직 최규석 씨는 멀었고, 먼 길을 가야 할 사람이 너무 헤매고 있다고 느낍니다.